책이 좋아서 도서관에서 살던 아이.
일본소설과 프랑스소설, 그리고 사진집을 서가에 주저앉아 읽던 아이.
살다보니 책은 커녕, 토막글 읽을 마음의 여유도, 시간도 사라졌다.
다시 책을 들었을 땐, 활자가 눈으로만 읽히고, 머리에는 들어오지 않는, 난독증 아닌 난독증 증세까지.
활자중독자인 친구는 '사진과 그림이 많고 글이 적은 책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조언을 해줬고, 나는 여행에세이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꽤 많아진 여행에 관한 책들.








최근에 선물받은 생선작가 김동영의 '나만 위로할 것'
생선작가의 글은 싸이뮤직 스페셜 섹션에 '생선의 혼잣말'이라는 토막글로 연재되고 있다.
그래서 그나마 자주 접하고 읽어왔기 때문에 부담없이 책을 펼쳤다.




나만위로할것
카테고리 여행/기행 > 기행(나라별)
지은이 김동영 (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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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그리고 여행에 대한 글을 쓰는 김동영 생선작가는 '나만 위로할 것'을 통해 아이슬란드  Iceland 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규어로스 Sigur Ros 와 뷔욕 bjork 의 나라,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내가 아이러니하게도 꼭 가보고 싶어하는 이름부터 차가운 북유럽의 작은 나라, 
끝없는 얼음, 눈 덮힌 땅, 길고 앙상한 하얀 나무, 푸른 새벽, 커텐처럼 나부끼는 오로라, 창백한 얼굴의 사람들, 고요와 적막, 
영화 카모메식당(은 사실 핀란드)처럼 절망의 끝에서 희망의 조각을 발견할 것만 같은 곳, 아이슬란드 Iceland.




책을 읽으며 내내 시규어로스를 들었다.
욘시의 목소리에 조근조근한 생선의 말투에 나는 깊이 차분해졌다.




그리고 그의 불안함과 찌질함, 우울함과 절망감에 위로를 받았다.
나만 그런 건 아니였다.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막막해지고 불안하다.
겉보기엔 다들 제대로된 어른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속은 곪아터져 썩어간다.
발끝이 절대로 닿지 않을 것만 같은 부유하는 해파리같은 모습으로 용케 버텨내고 있다. 
어쩌지도 못하고 있는 사이에 시간은 흐른다.










우린 태어날 때부터 두 다리를 가지고 태어났으니 떠날 수 밖에 없다.




비행기가 멀리 가기 위해서는 많은 기름을 소비해야 하네.
멀리 보기 위해서는 가진 걸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고 대가가 필요한 거지.
자네 같은 젊은이들한테 필요한 건 불안이라는 연료라네.



기억이 많을수록 사람은 잘 살게 되어있다는 걸 나는 믿어.
나이가 들면서는 현실을 지탱하는 저울보다 기억을 지탱하는 저울이 말을 더 잘 듣게 돼 있거든.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 좋아하지만 전혀 돈을 벌 수 없는 일을, 좋아하지만 남들이 전혀 인정해주지 않는 일을 당당히 직업이라며 말할 수 있을까? 잘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돈을 벌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그 진심의 정도를 가고 있는지의 문제.
"뭐 하세요?" 누군가가 그렇게 묻는다. 그때는 '사랑하고 좋아하는 일'을 말하면 되는 것인데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사랑하는 일과 직업의 거리가 그렇게 멀단 말인가. 잠깐 한 번만 나에게 더 물어보자. 일단 정말 사랑하는 일이 있긴 있는가?



허황된 꿈들은 사라지면서 아무도 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대신 눈치를 보며 좀 더 실제적인 '계획'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너나 할 것 없이 우리의 계획들은 대부분 비슷했다.




그렇게 떠나고 싶어하는 주제에, 제대로 뿌리내리지도, 훌쩍 떠나지도 못하고, 주저하고 망설이며 대충 살아가고 있다.
나는 생선이 용감해보인다.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책만 보며 눈물흘리는 인간도 있다.
세상과의 유기적인 그 모든 것,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사실은 사소하고 알량한 것들을 내려놓치못하고 왜 이러고 있는걸까.
결국 난 오늘도 떠나고 싶고, 다 놓아버리고 싶은데, 아무것도 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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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EER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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