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새벽녘 꿈 때문에 잠을 설치고 퉁퉁 부은 얼굴. 망고 하나 먹는다. 깎는 것도 아니고 자르는 것도 아니고 칼로 퍼먹는 느낌으로... 망고 사망, RIP. 과일을 못깎는 내게 과일을 손수 깎아주셨던 분이 생각난다. 예쁨을 받았었다. 그런 좋은 분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어거지로 몸을 자꾸 움직여본다. 조식은 이제 스크램블에그, 쌀국수만. 더는 필요없다. 







가벼운 산보 복장을 하고, 출발. 1800m까지 차로 산을 빙빙 돌아 오르내린다. 왠지 대관령 느낌이다. 또 한참을 간다. 그렇게 깊숙한 산 속으로 들어선다. 석유, 천연가스, 주석, 팜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이 곳.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의 자연. 하얀 개를 타고 모노모케 히메 もののけ姫 원령 공주 The Princess Mononoke 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깊은 산 속 도로를 서성이는 검은 개들은 한가로이 초록의 산 속 도로을 거닌다. 대부분 피부병에 걸려 군데군데 땜빵이 있다. 도로 옆 전신주도 녹이 슬어 나무처럼 보인다. 



 


코타키나발루 시내에서 8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키나발루는 원주민의 말로 ‘영혼의 안식처’라는 의미를 지녔다. 실제로 키나발루는 이들에게 신으로 섬겨지는 산이다. 예전부터 원주민들은 소원을 빌기 위해 맨발로 산에 올랐다. 몸을 정갈하게 단장한 채, 폭포수 아래에서 기도를 드리는 주민들의 모습을 요즘도 만날 수 있다. 고산지대의 산자락에서 원주민인 카다잔 Kadazans , 두순족 Dusuns 들은 벼농사를 짓고 야채를 재배하며 산다. 주거지인 낮은 가옥들은 산 중턱마다 고즈넉하게 자리 잡았다. 산등성에 위치한 나발루 마을은 키나발루를 감상하는 최대의 포인트다. 마을 한가운데 등대처럼 솟은 전망대에 오르면 웅대한 바위의 행렬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키나발루에서는 꼭 정상까지 욕심을 내지 않아도 좋다. 굽이 도는 길에서 바라보는 산세 山勢 는 순간마다 모습과 감동을 달리한다. 봉우리들은 맑은 날에도 자태를 내보이는 경우가 드물다.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정상의 웅장함을 완연히 감상하는 행운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키나발루 산 정상은 속살을 내비치는 경우가 드물다. 맑은 날에도 어느새 구름이 몰려와 봉우리를 뒤덮곤 한다. 물론 이 날도 구름이 많아 정상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여간해서 자연재해가 없다는 말레이시아. 하지만 며칠동안 비가 많이 내려서 산사태가 있었고, 그 때문에 산을 지나는 유일한 도로가 막혀있었다. 내가 갔던 날은 복구작업 이틀째였고, 여전히 복구중이지만 통행은 가능했다. 현대 HYUNDAI 라고 쓰여진 포크레인들이 분주하게 작업중이었는데, 그게 그와중에 뿌듯했다.







Posted by LEER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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